티스토리, 네이버블로그, 싸이월드미니홈피.... 단지 ID를 빼앗기기 싫다는 이유로 개설만 해둔 곳들!! 그야말로 개발에 편자!! 하나도 제대로 관리못하는 주제에 말이지... ㅡㅡ; 그런 의미에서 봄맞이 대정리 시작!! 네이버에서 긁어왔어.... 2006.9월 적상산의 기억
(사진 설명 : 적상산에서 바라본 덕유산입니다. 파노라마 한번 시도해 보았습니다. 누르면 커짐)
누군가가 "아는 사람"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습니다. "적어도 아는 사람이라 함은 일년에 한번쯤은 만나는 사람이다" ... 정말 명쾌한 정의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는 사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혹시나 해서 자전거를 분해해 가지고 갔습니다. 1차 집결지는 토요일 오후 4시 적상산 아래의 양수발전소!! 오후 3시에 일착으로 도착했답니다. 아뿔사... 연락해보니 가장 빠른 친구의 도착예정시간은 6시... -_-; 약속개념 없는 친구들 타박도 잠시... 음하하!! 유유자적 샤방샤방 라이딩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사진 설명 : 아래 사진 이후에 찍은 사진이지만... 이야기 전개상...^^)
차안에서 복장을 갈아입고(야릇한 상상 금지) 자전거를 재빨리 조립합니다. 허나 이런 낭패가..... 싯포스트와 안장을 집에 두고 왔다는 걸 발견합니다. -_-; 황당합니다. 한심합니다. 이 정신머리를 어찌해야 할까나 자책도 해봅니다. 엉엉
(사진 설명 : 그늘막 아래의 고색창연한 포크들)
물어물어 약 20Km 거리의 가장 가까운(?) 자전거포(샾의 개념과는 거리가 아주 먼...)를 찾아갔습니다. MTB나 로드바이크, 미니벨로 류는 한대도 없는... 오로지 생활용 잔차및 클래식 잔차만 취급하며, 심지어 미닫이문조차 없는 말그대로 자전거포였습니다. 쥔장 할아버지께서는 도와주고 싶어하셨지만 지름크기가 맞는 싯포스트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_-;; 친절하게 반경 50km 내의 자전거포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싯포스트와 안장을 구할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을 알려주십니다. 대전이랍니다.... OTL
(사진 설명 : 안장 확보...음화화...)
이쯤에서 대략 좌절... 일찌감치 숙소에 들러 체크인하고 짐이나 풀러둘 작정으로 무주리조트로 출발... 시간이 워낙 남다 보니 가는 도중 히치하이킹 하는 분도 태워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렸습니다.(그것도 두 분이나 따로따로...) 리조트 앞 스키샾 거리를 지나다가 MTB 한대가 세워져 있는 걸 발견합니다. 불문곡직 차를 세우고 잔차의 주인으로 보이는 스키샾 사장님께 안장 좀 빌리자고 부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뻔뻔스러웠지만... 흔쾌히 빌려주시더군요. 제 원래의 안장보다도 훨씬 편안한 안장이었고.... (그 순간 그 분께서 오셨습니다만...)
(사진 설명 : 바로 위사진과 이 사진은 하부댐 주변의 양수발전소 공원입니다.)
재빨리 다시 원위치로 이동하면서 라이딩 코스를 적상산 업힐로 정합니다.(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서울의 친구(적상산을 잘 아는...)에게 전화해서 출발지점에서 정상까지의 거리좀 알려달라 했습니다. 3km가 조금 안된 답니다.(속으론 애개... 남산 정도잖아!!) 표고차가 좀 있지만 그 정도 거리쯤이야... 조금 빡센 남산 업힐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때까지는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이후에 닥칠 일을 생각도 못한 채.....
(사진 설명 : 드디어 업힐 시작)
업힐은 없고 평지를 한참 달렸는데도 어째 정상은 커녕 산을 둘러가는 느낌이 듭니다. 근처 주유소에서 물어보니 그 길이 맞다더군요. 그래서 남산 순환로처럼 업힐 전의 워밍업 코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업힐이 나타납니다. 난이도는 남산코스보다 조금 더 경사도가 있는 정도... 그래도 그 때까지는 유유자적입니다. 3km쯤이야.... 하하하... ^^ 삼킬로쯤...헉헉...삼킬...헉헉....삼..... 문득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갑니다.
(사진 설명 : 이게 3킬로냐? -_-;)
슬픈 예감은 왜 틀리지를 않는 걸까요? 아래는 육두문자 휘날렸던 친구와의 재통화 내용입니다. (중략) 나 : XX아.. 아까 그 거리 직선거리 알려준거지? 친구 : 당근이지 XX아... 등산로 거리가 필요했던거냐? 나 : 내가 심마니냐? 이 XX아... 나 지금 잔차 타고 올라가고 있단 말이다. -_-; 친구 : 이런 XXX아. 거기가 어떤 덴데.. 차로도 1단 2단으로 겨우 올라가는 데란 말이다. 명복을 빌겠다. XX아~~ (하략)
(사진 설명 : 너도 오르는데 내가 포기할 순 없자나... 아스팔트 위의 칡덩쿨)
헉!! 분위기가 갑자기 써늘해 집니다... 허나 오기란게 있지요. 우째 되던 끝까지 올라가 보기로 합니다. 경사도는 점점 심해지고... 갑자기 정상까지의 거리를 나타낸 표지판과 함께 국립공원 매표소가 등장합니다. 이건 웬 시츄에이션? 매표소...? 매표소...!! 매표소라는 의미가 와닿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3km라는 말만 믿고 지갑은 커녕 물통도 안가지고 왔습니다. 미치겠습니다.
허나 입장료보다는 다른 문제로 국립공원 관리인 아저씨와 실갱이가 오갑니다. 그 때 시간 오후 5시 입장료는 안받고 무료로 보내드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정상까지 가기도 전에 해가 떨어질 것이다. 해가 업힐 코스의 반대편으로 지기 때문에 내려오는 길은 암흑일터라 위험해서 통과를 못시키겠다라는 요지였습니다. 우째우째 이야기가 잘 되어서(사실 져지와 잔차 때문에 마치 준선수인 양 판단하신 듯) 못이긴 척 넘어가 주셔서 겨우 통과가 되었습니다.
(사진 설명 : 오를 수록 귀가 먹먹해집니다. 마른침을 삼켜 기압에 익숙해지기 반복)
올라가고는 있지만 난이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_-; 경사도도 경사도지만 남산 같은 완만한 턴이 아닌 180도 턴을 가진 고갯길의 연속입니다. 마음 속에선 천사와 악마의 대결이 한창입니다. "끌바해라. 아니면 바로 하산하던지..." "힘내서 빨리 올라가라. 해지기 전엔 내려와야지" 악마의 유혹에 못이긴 척 끌바하려는 순간 뒤에서 쫒아오던 트럭(더블 캡)의 창문이 내려지더니 네분이 합창을 하십니다. "화이팅!! 힘내세요..." 절묘한 타이밍입니다. (어쩔 수 없이)저도 한손을 올리면서 화답했습니다. "화이팅!!!(속으론 날 죽여랏... T T)
(사진 설명 : 보이는 곳은 정상이 아니더군요. 그저 산능선의 일부였을 뿐...-_-;)
한굽이 돌 때마다 언뜻언뜻 비치는 적상산 정상은 마치 성벽처럼 느껴집니다. 속으로는 "서울 올라가면 죽었어... 앞으로 네 별명은 삼키로닷"부터 "쓰바!! 내가 미쳤지", "담배 끊을 걸"을 거쳐 급기야는 .... 아무 생각도 안 납디다. 오로지 생각나고 나오는 말이라곤 딱 두 음절의 금칙문자들뿐...TT
(사진 설명 : 조리개값 조절 실패... 그러나 맘에 드는 사진)
많은 수는 아니지만 관광버스나 승용차들이 더러 지나갑니다. 차들이 워낙 저속으로 올라가고 내려오는 데다가 도로폭도 좁은 편이라 대부분 운전자나 탑승자들과 눈이 마주칩니다. 거의 100% 놀란 표정이나 미친X 보시듯 하시고... 몇몇 분은 박수도 쳐주시고 응원도 해주십니다. 특히나 청색 프라이드를 타고 저와 나란히 올라가시던 두 아가씨 창을 내리시더니 "아저씨 사인해 주세요" 하십니다. 헉헉... "혼인신고서라면 생각해 볼께요"했더니(마눌님이 알면 죽이려 들겠지만...) 깔깔 웃으시더니 쓔웅 올라가십니다. 젊은 처자들의 웃음은 참 반짝거린다라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사진 설명 : 넌 도대체 뭐냐? ㅡㅡ;)
그나마 위안은 올라갈수록 풍경이 근사해집니다. 날씨도 죽음이었고... 당시 시간상 업힐코스는 대부분 그늘이라 그나마 시원했습니다. 땀은 미친 듯 쏟아졌지만... 갑자기 터널이 나타납니다. 터널? 터널? 웬 터널? 어떤 이질감이랄까... 여름 해수욕장에서 펭귄 만나면 이런 기분일까요?
(사진 설명 : 지나는 차도 사람도 없는 조용한 터널이 주는 압박감은 상당했습니다.)
터널의 길이는 예상보다 길었고(150미터 정도), 유일한 평지라 그나마 숨돌릴 여유가 되는 곳이었습니다. 터널 내부의 등 상태가 좋질 않아 햇빛이 안닿는 중간 부분은 거의 공포영화 분위기였습니다.
(사진 설명 : 우하하...다왔군 다왔어...덩실덩실....그러나 바로 이후에 또 좌절...TT)
(사진 설명 : 일단은 잠시 휴식... 그늘도 수도도 없었습니다. 철조망 너머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드디어 상부댐입니다. 오오!! 감격... 해가 지기는 커녕 남아 있는 해의 길이는 한참 놀다가도 될 듯 합니다. 상부댐(해발850)은 하부댐(해발 250)과의 표고차를 이용한 전력생산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호수랍니다. 600미터를 올라온 거야라고 뿌듯해 하며 잠시 표지판을 보자니 여기가 정상이 아닙니다. 오마이갓...-_-; 인공 호수를 한바퀴 돌아 관람대로 갈 수도 있고 반바퀴쯤 돌면 정상 근처의 안국사로 오르는 길이 있다 합니다.
안국사를 가기로 했습니다. 절에는 당연히 약수터가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지요. 게다 꽁짜일테니... 3km에 속아 물병을 안챙긴 탓에 딱 그 때는 갈증으로 돌아버릴 지경이었던 상태였습니다. 물이 많이 빠진 호수 주변은 평지였고... 안국사가 해발1000미터니깐 150미터만 더 가면 되라고 중얼거리면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밟았습니다.
안국사 진입로.... 여기서 또 한번 좌절합니다. -_-; 지금까지의 경사는 여기에 비하자면 장난이었던 게지요... 거의 깔딱고개 수준(경사도는 조금 낮은 편이지만 훨씬 긴)의 경사도가 예의 180도 턴과 함께 계속 나타납니다. 끌바하기엔 지금까지의 노력이 너무 억울합니다. 간신히 겨우겨우 페달질을 이어갑니다. 이젠 온 몸의 세포가 물... 무~울을 외쳐대기 시작합니다.
(사진 설명 : 여기서부터는 완만한 내리막입니다. 적상산성과 등산로가 갈라지더군요.)
그러다가 결국... 마치 선녀의 하강처럼 산문이 나타납니다. xxx의 명예를 생각하면서 당연히 산문부터는 끌바했습니다. 역시나 샘물은 있었고... 물맛이란... 아!! 글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약수물을 한참을 퍼넣고 나니 제 정신이 돌아오나 봅니다. 깊은 산사에서 쫄바지라니... 관광버스로 올라오신 지긋한 여성분들의 므흣한 시선들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사진 설명 : 십만개의 돌이 있다면 십만개의 소원이 있다는 얘기!!)
여유있게 경내를 돌아볼 절대시간은 없었습니다. (산문 통과해서 물마시고 다시 나오기까지 10분 정도) 길옆의 쌓아놓은 돌탑들만 잠시 보고 저도 하나 올려두었습니다. 물론 저도 심오한 소원을 하나 빌었지요.^^ (비나이다... 예의 삼킬로에게 벼락을.... 가능한 센 놈으로으로요.)
(사진 설명 : 전망대입니다. 거리는 좀 됩니다.)
저 곳까지 갈 생각이었으나 산에 걸린 해님의 꼬리는 산자락에 간신히 걸려있습니다. 게다가 지나친 체력소모로 물이 아닌 다른 먹거리를 달라고 뱃속이 아우성입니다. 단풍만 없다뿐이지 이 곳의 기온은 이미 가을입니다. 빨리 내려가야 합니다. 전망대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합니다.
상부댐을 지나쳐 내려오다 생각하니 증명할 사진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몇십미터지만 다시 올라갔습니다. 관광객은 한 분도 안보이고 오로지 감시탑에 청원경찰 한 분이 계십니다. 아래에서 큰 소리로 사진 부탁을 드렸더니 내려오셔서 하시는 말씀... "국가기간시설이라 여기서는 사진촬영이 안됩니다" 천천히 내 상태를 쭈욱 훑어보시다가 바로 이어지는 말씀 "... 카메라 줘보세요" 그렇게 사진 한 장 남기고 바로 하산...
엄청 추웠던 것 말고는 다운힐의 맛은 예술이었습니다. 물론 매표소에 들러서 살아서 돌아왔음을 알리고 인사도 드렸구요. 나중에 안장도 잘 돌려드렸습니다. 드디어 만난 친구와의 동동주 한잔 역시 예술이었습니다. ^^
(사진 설명 : 금방 어두워질 것 같습니다.)
이번 라이딩이 남긴 점 1. 싯백포스트를 쓰는 것이 내 체형에 좀 더 잘맞는다라는 사실 (그 분 강림...-_-;) 2. 라이딩 목적지는 숙지하고 가자는 것 (콩나물 유료회원 가입 가능성 99%... -_-;;) 3. 친구는 잘 가려서 사귀자는 것 (삼키로야!! 나 돌탑 쌓으며 소원 빌었다. 뿌드득) 4. 다음(단풍 시즌 즈음)에 또 가야되겠다라는 결심
PS) 이 글을 빌어 안장 빌려 주신 실크로드 스키샾 사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올 스키시즌 무주리조트에서 스키 렌탈 및 강습을 원하시는 분은 실크로드 스키샾을 기억해 주세용. ^^ ) 관광객의 안전을 깊이 배려하신 덕유산 국립공원 적상산 지점 관리직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다음 기회에 외상 입장료 3200원 꼭 내겠습니다. 응원을 보내주신 더블캡 봉고 아저씨들, 청색 프라이드 아가씨, 흰색 소나타 어르신들, 관광버스 두 대에 타신 분들, 기종을 알 수 없는 승합차 타신 가족분들도 감사합니다. 또 사진 찍어주신 청원경찰 아저씨 복받으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 삼키로야!! 하늘 보면서 다녀라.